2008/07/04 01:32

수능 외국어 영역 듣기는 '입'으로 공부해야한다.

일단 문제부터 보자.

2008 대입 수능 15번 문제
대화를 듣고, 여자의 마지막 말에 대한 남자의 응답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W: How did you get that black eye? DId you hit something?
M: Yes, I walked into a tree on the street.
W: You're kidding. How did that happen?
M: Well, I was sending a text message.
W: Do you mean you were writing a text message while walking?
M: I know I shoudln't have been doing that.
W: I don't understand how you coudln't see a tree ahead of you?
M: I was concentrating on sending the message.
W: Did you hurt anything other than your eye?
M: No. But I felt pretty stupid.
W: Well, I heard my neighbor did the same thing, but he was seriously hurt.
M: That's terrible. Anyway, I've learned a lesson this time.

보기
1. No way! My neighbor has a beatiful garden.
2. I know. They need to plant more trees on the street.
3. Really? Walking is the easiest way to keep ourselves fit.
4. You're right. That's why I prefer sending text messages.
5. That's terrible. Anyway, I've learned a lesson this time.

설마 스크립트를 보고도 맨 마지막에 무엇이 들어갈지 갈피를 못잡을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단 우리말로 옮겨보자.

여자: 님 눈에 왜 멍들었음? 어디 박았음?
여자: ㅇㅇ, 길가다가 나무에 박았음.
여자: 말이 되냐. 어떻게 그런일이 생김?
남자: 나 문자보내고 있었음.
여자: 님 말은 문자 보내면서 길을 걷고 있었다는 거임?
남자: 나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건 알고 있음.
여자: 난 님이 어떻게 앞에 나무를 볼 수 없었다는건지 이해가 안됨.
남자: 나 문자 보내는데 집중하고 있었음.
여자: 눈 말고 다친 데는 없음?
남자: ㄴㄴ, 근데 졸라 바보된 기분임.
여자: 나도 동네 사람이 똑같은 짓 했다고 들었음. 근데 그 님은 심각하게 다쳤음.
남자: 끔찍하네, 어쨌든 난 이번에 교훈을 배웠음. ㄳ


자, 위의 우리말 대화 내용을 끊지 않고 40초에 딱 맞춰서 말하고 그걸 녹음해서 들어본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스스로가 언어 장애를 가진게 아닐까 생각해 볼 정도의 대화가 나온다. 수능의 듣기 음성 속도가 저 정도인데 저것보다 2배씩이나 빠른 시중 듣기 문제집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정말 듣기 음성의 속도가 빨라서 우리가 못 알아 듣는것일까?

우리가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대화의 속도를 2배로 올린다고 서로 대화 내용의 절반 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까? 그렇다면 듣기 음성의 대화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은 속도 때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외국어 영역 시간이 끝나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스피커 에코가 심해서", "잡음이 너무 많이 껴있어서" 등이다. 그러면 그들에게 이렇게 물어본다면 그들은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그럼 언어 듣기는 어떻게 풀었어?" 결국 속도나 스피커 문제는 그저 핑계에 불과할 뿐임이 명백해진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바로 '발음'과 '독해 능력'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돌아오는 반응은 이렇다. "내가 영어로 말할 것도 아닌데 발음을 왜 정확히 익혀야 한다는거야?", "귀로 듣는데 왜 입으로 공부해?". 정말 간단한 단어로 예를 들어보자. 단어장에 'hour'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발음을 굳이 한글로 옮겨보자면 '아워'정도로 쓸 수 있다. 그런데 한 학생이 한 개만 틀려도 곤장 100대를 맞는 단어 암기 시험을 위해 급히 외우려고 발음 기호도 안보고 '하워'라고 외웠다고 하자. 저 학생은 듣기 음성에서 'hour'가 나오면 알아들을 수 있을까? '아워'나 '하워'나 약간 비슷하니까 어쩌면 알아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 of hour' 같은 형태로 나온다면? 'of our'는 붙여서 발음되기 때문에 굳이 한글로 옮겨보자면 'ㅗㅂ(ㅡ)ㅏㅝ'정도로 쓸 수 있다. 저런 상황에서 '하워'로 외운 학생이 과연 'ㅗㅂ(ㅡ)ㅏㅝ'를 'of hour'로 알아 들을 수 있을까?

다음으로 '독해 능력'이 중요한데, 들음과 동시에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을 뜻하는 능력과 구어체 표현에 대한 이해 능력쯤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문장 해석을 정석대로 한다면 전자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가르치는 올바르지 못한 해석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듣기 문제의 발화들은 짧게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대화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의 경우 후자의 해석 방법으로는 독해 속도가 느린 사람에게 약간 무리가 생길 수 있다.(해석 방법에 대해선 다음에 얘기하겠음.) 구어체 표현에 대한 문제는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해결이 가능 한 문제다. 위에 써 놓은 듣기 대본에서 'black eye'라는 표현이 있다. 나 역시 처음에 저 말을 들었을 때 '까만 눈'이 뭐 어쩄다는 건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발화에서 '부딪혔다'라는 말을 통해서 'black eye'는 '멍든 눈'이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렇듯 구어체 표현이 나와도 뒤이어 나오는 발화들을 통해서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알아 듣기만 한다면 문제를 푸는데 큰 지장은 없다.

결국 듣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굳이 '속도가 빠른 문제집'을 살 필요가 없다. 일단 듣기 기출 문제 모음집부터 하루에 한 회씩 문제 풀이 보다는 발음 하나 하나에 유의하며 듣고, 들어 본 뒤에는 성우와 100% 똑같진 않더라도 90%는 똑같이 발음할 수 있도록 계속 입으로 말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따라 말하다보면 성우의 말하는 속도가 얼마나 언어 장애자스럽고 답답한지 느껴질 것이며, '속도가 빨라서', '스피커가 이상해서' 같은 핑계를 대는 사람들을 보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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