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6년 다니면서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고, 너무나도 게으르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 동안의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단 몇개월 만에 높은 성적향상이 있을거라 기대하는 것은 그 동안 공부해온 사람들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나는 2월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모의고사에서의 성적향상은 바라지 않았다.
물론 성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아서 심적으로 많이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나가면 수능에서는 기필코 성적이 급상승 할거라는 믿음 하나로 공부해나갔다.
그렇게 6월 모의고사가 다가왔다.
나는 시험지를 받기 전까지 제발 3등급이라도 걸치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그런데 막상 시험지를 받고나니 작년 수능, 3, 4월 모의고사 보다 확실히 수월하게 풀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공부한 것도 없이 운이 좋아서 수월하다고 느꼈던 작년과는 그 기분이 확실히 달랐다.
그리고 성적표를 받은 날, 가채점을 해봐서 이미 어느 정도의 성적표가 나올지는 알고 있었지만, 기분이 정말 좋았다. 딱 그날만 좋았다.
딱 4개월만에 꿈에서 보는 것 조차 상상하기 어렵던 성적표를 받고나니까 처음엔 정말 허무했다.
그리고 그 허무함은 점차 오만함으로 변해갔다.
'수능 이거 4월만 해도 떡을치네, 설설해야지 이제.'
그 후 부터 공부는 그 동안 하던 만큼의 반도 하지 않았고, 놀러다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러던 중 7월 교육청 모의고사 날이 다가왔다.
나는 6월에 학교에서 탐구를 보지 않고 집으로 도망갔기 때문에 이미 선생님한테서 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가서 빌어야지, 설마 갔는데 쫓아내겠어'라는 생각으로 시험을 치러 갔다. 보지 못하고 집에 왔다.
재수 생활에 있어서 뭔가 분기점이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의고사를 건너뛰니까, 더욱 더 오만과 나태에 빠져들었다.
7월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어떤 일을 계기가 되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 계기는 쓰려면 보는 사람도 눈물 좀 흘려야 되니깐 수능 끝나고 말해줄거다.
그런데 다시 하려니까 쉽게 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하루에 10시간도 넘게 잠만 자다가, 3~4시간 씩 공부하다가, 6시간 자고 10시간 넘게 공부하려니까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 이번 주 부터 독서실을 옮기게 되었고, 옮기기 전날에 6월 성적표만 태워버리면서 정말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지금 내 몸이 따라오지 않으면 끌고가면서라도 목표를 채우기로 했다. 전날 까지만 해도 10시간 잤는데 갑자기 5시간도 못 자니까 정말 힘들었다. 문제를 풀거나 예습을 할 때는 그래도 버틸 만 했는데, 인터넷 강의를 볼 때는 손을 움직이지 않으니까 정말 고문같았다. 조금이라도 집중을 놓치면 그 순간 바로 잠에 빠지려고 했다. 잠드려는걸 겨우 버텨내고 나면, 어느새 1~2분이 지나갔고 당연히 그 동안의 강의 내용을 다시 들어야했다.
6일이 지난 지금은 그 정도 까진 아니어도 역시 힘들긴 힘들다. 하지만 그 힘든게 최대한의 기를 써가면서 버티고 나면 온 몸의 진이 쭉 빠지는 정도가 아니고 그냥 힘들다고 느끼는 것보다 약간 더 힘들고, 하루 버텨내면 그 뿌듯함에 다시 기가 회복될 정도라서 적절하다.
아무래도 이번 주는 약간 오버페이스로 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지만, 9월 모의고사를 위해서 딱 한 주만 더 이 정도로 공부하기로 약속했다. 7월의 출혈이 너무 심해서 6월 만큼의 성적은 기대하지는 않고, 다시 정신 차렸다는 것에 의의를 두면서 11월 대수능에 6월 이상의 결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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